어둠 속에서 조명을 밝힌 기계가 거친 굉음을 내며 서서히 움직인다. 단선적이고 분절적인 기계 운동이 상징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민주화와 현대화로 이끈 민중이라는 이름의 집단적 정체성에 관한 무엇이다. 은유적으로 말해, 그의 작품 <민중기계>는 민주화와 현대화를 성취한 오늘날, ‘자본주의가 모든 도시 공간을 점령한 후 남긴 찌꺼기’라는 의미로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이 호명했던, 이른바 ‘정크 스페이스’의 파편들을 모아 목숨을 연장한 기계 생명체이다. 기계 인간의 모습을 한 이 키네틱아트는 ‘일상의 공간에서 예술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데페이즈망’ 전략을 실천하는 것처럼 초현실주의적이다. 작가의 상상으로 태어난 이 기이한 작품은 센서와 액츄에이터를 통해 끊임없이 움직임으로써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