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나는 알, 고치, 조약돌을 오가는 알 수 없는 형상의 투과체 조각이 천장에 매달린 채 벽과 바닥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듯이 가는 와이어로 엮어 매고 그 만남의 지점마다 매듭을 만든 이 작품은 점, 선, 면, 입체로 확장하는 만남의 순간을 지속한다. 마치 우리 삶 속에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과의 인연이 지속하듯이 말이다. 작품 속 작은 매듭들은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엮인 결실로, 또 다른 이에게는 사랑이 낳은 상처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가벼운 재료 위에 희로애락의 감성을 담은 밝은색의 투과체 조각들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전시 공간을 마치 생명체가 살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상상 풍경으로 변주한다.